
2001. XX.XX. Tuesday
알로호모라. 잠긴 것을 열어주는 주문. 콜로포터스나 더 강력한 마법으로 걸린 자물쇠는 열 수 없다. 보통은 머글의 자물쇠나 마법 처리가 되지 않은 자물쇠만 열 수 있다고 하나, 콜로포터스 주문은 물론. 더 뛰어난 고등 주문이 걸린 자물쇠 또한 알로호모라로 해제되었다는 기록을 보면 시전자의 실력을 타는 주문. 그리고 1학년에게 가르쳐도 되는지 의문인 주문―

- 사용할 때는 반드시 자물쇠 주인의 허락을 받을 것.
- 궁금증으로. 개인적인 욕구로 쉽게 사용하지 않을 것.
- 또한 상대방도 나의 자물쇠를 쉽게 열지 않도록 당부해 둘 것.
- 무엇보다. 자물쇠는 본래 열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 것.
노트를 덮고 지팡이를 잡는다.
알로호모라.
연습을 위해 펼쳐둔 자물쇠들이 아무런 저항 없이 부드럽게. 또 막힘 없이 풀린다. 알로호모라. 알로호모라. 알로호모라.
아무리 높이, 견고히 쌓은 성벽도 무너지듯. 아무리 냉혈하고 무감한 사람도 정을 나누듯. 아무리 굳게 잠긴 자물쇠도 손짓 한 번에 열린다.
이 마법을 마법학 교과서에서 마주했을 때도. 열쇠를 잃어버린 자물쇠를 부모님이 사용해 마주했을 때도.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둔 방벽이 손짓 한 번에 풀려도 되는 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 현명하고 지혜롭던 부모님은 '자물쇠는 본래 열리기 위해 존재한단다.'라고 말해주셨다. 정말 아무에게도 들켜선 안 되는 건 머릿속에만 꼭꼭 숨겨두어야 한다며.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으니 자물쇠 또한 영원한 방파제가 되어주진 못한다고. 그리 말해주셨다.
어린 리디아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11살이 된 리디아는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다. 자물쇠가 열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자물쇠를 열어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무언가의 형태로 세상에 남겼다면 누군가에게 들킬 각오도 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리라. 지금의 리디아는 그리 판단했다. 결국 자물쇠 속에 숨겨둔 것도 영원히 나만의 것일 수는 없으므로. 비밀에 손을 뻗는 행위를 옳다 할 수 없으나 욕망이란 본디 그러한 것이므로. 완전무결한 비밀을 원한다면 세상에서 지우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소중하다면 차라리 잘 보이는 곳에 두는 것이 낫다.
리디아는 자각이 없지만 제법 차가운 생각이다. 누군가 열지 않을 거란 믿음보다, 누군가 열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자세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신도 모르는 새.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에 적응하고 있었다.
또다시 알로호모라.
달칵. 작은 소리와 함께 교수님이 내어주신 상자 또한 가볍게 열렸다. 텅 빈 상자 내부를 보고 리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열려야 할 상자라면 역시 아무것도 넣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숙사에 펼쳐둔 자물쇠들을 모아 상자에 담는다. 노력의 흔적이자 마법을 성공했음을 증명하는 증거니까. 또한 자신의 노트도 양피지에 옮겨 적어 상자에 담는다. 본래 자물쇠를 사용하려다 그랬다가 이미 성공했음을 증명하지 못해선 안 되니까. 연습에 사용했던 수많은 자물쇠 중 하나로 상자를 다시 묶는다. 본래 걸려 있던 자물쇠는 상자 안에 고이 넣었다. 그리고 다시 지팡이를 휘두른다.
콜로포터스.
마법에 재능이 있는 덕일까. 서너 번의 실패 뒤 자물쇠는 달칵 소리와 함께 잠겼다. 제법 묵직해진 상자를 들고 사감실로 이동한다. 남은 하나의 과제도 서둘러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리디아는 사감실 문 앞에 섰다. 평소라면 손등으로 정갈하게 노크했겠지만, 오늘은 양손으로 상자를 들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리디아는 어쩔 수 없이 상자로 문을 둔탁하게 두드렸다.
통통―.
평소보다 둔탁한 소리 뒤 문이 열리길 기다린다. 혹시나 교수님이 지금 사감실에 안 계시면 어떡하지? 잠시 스쳐간 의문에 섬찟한 기분을 느낀다. 고개를 흔들어 불안을 털어낸다. 계시겠지. 문이 열리면 상자를 드려야지. 리디아는 사감실 문 앞에서 기다렸다. 문이 열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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