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 XX.XX. Wednesday
맨드레이크. '만드라고라'라고도 불리는 의식 회복약에 사용되는 약초. 흙 위로 자라난 풀잎 아래에는 어린아이처럼 생긴 뿌리가 숨어있다. 흙에 덮여 있을 때는 얌전하다. 반대로 말하자면, 흙 밖으로 나올 때는 얌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맨드레이크는 흙 밖으로 꺼내질 경우 비명을 지른다. 다 자란 맨드레이크의 소리는 성인 마법사를 거뜬히 죽일 정도의 소음이다. 어린 맨드레이크는 소리로 사람을 죽일 수는 없어도 기절을 시킨다. 따라서 어린 맨드레이크의 화분을 옮길 때는 귀마개를 착용하는 게 중요하다. 귀마개로 귀를 꽉 조이지 않으면 수업을 듣긴커녕 정신을 잃고 말 테니까.

-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여 맨손으로 만지지 말 것.
- 뿌리가 가장 중요한 식물이니 뿌리를 험하게 다루지 말 것.
- 불안한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교수님께 도움을 요청할 것.
- 과제보다 안전이 중요하며 실패에서 얻는 것도 있음을 잊지 않을 것.
첫 약초학 과제를 앞두고 리디아는 노트를 덮었다. 갈레온이든 여러 맛이 나는 젤리빈이든 맛있는 간식이든. 리디아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가장 큰 걱정이자 문제는…. 단언컨대 맨드레이크라고 할 수 있다. 윌로우들은 그 누구도 리디아에게 식물을 맡기지 않는다. 일종의 불문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는 바로 리디아에게 갔다 하면 무슨 식물이든 전부 죽어서 돌아왔기 때문이다. 선인장에게 물을 매일 주거나, 금낭화를 햇볕에 꺼내주는 등. 식물을 돌보는데 전혀 소질이 없다. 최대한 돌보는 방법을 알려줘도 곧잘 시들어버린다. 이 사태를 지켜본 윌로우의 성을 단 이들은 리디아에게 식물을 맡기지 않기로 다짐한다. 리디아의 부모님은 생각했다. 사람이 식물 좀 못 키우면 어떠한가. 잘 자라기만 하면 됐지. 적어도 오늘 하루에 한해선 매우 잘못된 판단이었다.
그렇기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맨드레이크는 식물이며 리디아는 자타공인 식물킬러-21번의 식물과 친해지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 모든 식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사촌은 리디아를 식물킬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리디아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이기 때문이다. 맨드레이크는 학교의 약초다. 함부로 상하게 했다간 감점은 물론 교수님이 나쁘게 볼지도 모른다. '차라리 귀마개를 덜 조여서 정신을 잃는 게 나을 것 같아.' 리디아는 현실 회피를 시도했다. 온실 말고 도서관에 갈까? 나름 진지한 고민은 14초간 지속되었다.
물론 실제로 실행되지 못한 도피 시도였다.
온실에 도착하니 과제용 화분이 보였다. 개인 과제라서일까. 다들 아직 할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온실에는 리디아 한 사람만 서있었다. 짧은 안도를 마치고 심호흡 뒤 귀마개를 꽉 조였다. 두꺼운 장갑을 착용한다. 흙이 들어오지 않도록 손목 부근을 꽉 조인다. 소리가 새어 들어오는지 확인할 요량으로 박수를 쳐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잘 착용했다는 확인을 마쳤으니 이제 분갈이를 시도할 차례다.
한 손으로 줄기를 그러쥔다. 남은 손으로 흙을 누른다. 자 이제 힘을 주어 힘차게 당기면…!

뽑히긴 뽑혔다.
…
문제는 줄기와 잎만 뽑혔다. 이걸 뽑혔다고 해도 될까? 뿌리가 잘렸다고 보는 게 옳았다.
누군가 바랐던가. '식물을 못 다뤄도 건강하게만 커다오.'라고. 리디아는 정말 그 바람대로 자랐다. 식물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채 건강하게만 자랐다. 평범한 11살이라면 뿌리와 줄기를 뜯어내기 쉽지 않겠지만 건강한 리디아는 해냈다. 줄기와 화분을 잡고 뒤집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았으나. 설마 하니 흙을 누르며 줄기를 잡아당길 줄 누가 알았을까.
사위가 고요했다. 리디아의 비명 소리도, 맨드레이크의 비명 소리도.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리디아만 속으로 새된 비명을 내질렀을 뿐이다.
맨드레이크도 흙 속에서 비명을 질렀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발만 동동 구르길 27초. 심호흡으로 정신줄을 붙잡은 리디아는 솔직하게 교수님께 말하자는 판단을 했다. 징계를 받던 추가 과제를 받던. 판단은 교수님의 몫이 될 테니까. 맨드레이크가 죽은 건 아니라면 좋을 텐데. 막연한 바람을 품고 걸음을 옮겼다.
교수님 방이 다가올 때서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약초학 교수님은 후플푸프 사감이셨다. 이래서 후플푸프에는 오고 싶지 않았다고, 리디아는 막막해지는 미래를 애써 외면했다.
똑똑―.
정갈한 노크소리와 함께 교수님 방의 문을 연다. 한 손에는 잘린 잎줄기를 들고. 또 다른 한 손에는 여전히 고요한 맨드레이크 뿌리 화분을 들고.
"저, 교수님…. 과제 관련으로 찾아왔습니다. 그…. …제가 식물을 살해해 버렸습니다."
리디아는 정수리를 보이며 화분과 줄기를 내밀었다. 어떤 징계라도 달게 받겠다는 말과 함께. 정말이지 식물은 리디아에게 너무나 어려웠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자물쇠는 본래 열리기 위해 존재한다. (0) | 2023.10.31 |
|---|---|
| 기계처럼 움직이면 된다. (1) | 2023.10.30 |
| 바느질 (1) | 2023.09.15 |
| 씨앗이 떨궈졌어요 (0) | 2023.07.03 |
| 지지 않는 꽃은 없어요 (0) | 2023.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