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 XX.XX. Monday
종기 치료제 재료.
- 뿔 민달팽이 4마리.
- 고슴도치 바늘 2개.
- 뱀 송곳니 24개.
종기 치료제를 만드는 방법. 막자사발로 6개의 뱀 송곳니를 곱게 빻아 가루로 만든다. 이 가루를 냄비에 4번 넣고 250도에서 10초 동안 끓인다. 지팡이를 휘두르고 3분을 기다린다. 냄비에 뿔 달팽이 4마리와 고슴도치 바늘 2개를 넣는다. 시계방향으로 5번 젓고 지팡이를 휘두르면 끝.

- 혹시 모르니 재료는 사용 전에 상태를 꼭 확인할 것.
- 애매한 부분은 상급생이나 교수님, 여의치 않다면 친구에게라도 물어볼 것.
- 도구들은 모두 조심스럽게, 또 안전하게 다룰 것.
- 절대! 레시피 외의 행동을 하지 말 것.
첫 과제를 누군가의 비명으로 마무리해 버렸다. 한 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고의리라. 리디아는 다음 과제는 기필코 성공적으로 제출하겠노라 다짐했다. 다행스럽게도 다음 과제는 마법약 과제였다. 뿔 민달팽이와 뱀 송곳니가 어떻게 종기 치료제로 변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마법약은 이해 없이도 만들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고민도 망설임도 없이. 그저 레시피대로만 기계처럼 움직이면 된다. 리디아는 자신이 생겼다.
선배들을 들들 볶고 때때로는 교수님을 찾아가며 정리해 낸 노트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다 덮었다. 레시피를 양피지에 옮겨 적는 것은 마법약을 만든 이후에 하기로 했다. 가벼운 걸음으로 마법약 교실로 이동했다. 어쩐지 느낌이 좋다. 오늘따라 지팡이가 더없이 가볍다.
창고에서 재료를 꺼내온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정량을 꺼냈다. 재료 상태는 최대한 좋은 상태로. 뭐든 최선을 다하자. 준비물로 챙겨 온 표준 2호 사이즈의 큰 양은 냄비 앞에 섰다. 막자사발은 학교의 것을 사용하기로 했다. 시작은 송곳니를 곱게 빻아야 한다. 질린 표정의 4학년 후플푸프 선배가 알려주길 사막의 모래처럼 보일 때까지 곱게 빻아야 한다고 했다. 리디아는 규칙적으로 막자를 내리찍었다. 가볍게. 그러나 송곳니는 부서질 정도로 섬세하게.
이쯤이면 되었나 싶어 막자사발 속 가루를 눈으로 훑는다. 손으로 만져보면 잘 빻아졌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텐데. 리디아는 고운 가루를 만져보고 싶었으나 참아냈다. 또 다른 5학년 후플푸프 선배의 말로는 가공하기 시작한 재료를 손으로 만져선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잘은 모르겠으나 변형이 된다고 했던가. 이해하지 못했으면 말없이 따르는 게 정답이다. 가만히 있으면 반은 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렇게 빻은 가루를 냄비에 넣고, 다시 송곳니를 빻고. 또 냄비에 넣고 빻기를 4번. 가열 온도를 250도로 맞춘다. 충분히 열이 올랐을 때 장갑을 낀 손으로 냄비를 불 위에 올린다. 올림과 동시에 시계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7… 8… 9…. 지금!
딱 10초째에 냄비를 들어 올려 냄비 받침 위로 조심스레 옮긴다. 옮기자마자 지팡이를 가볍게 휘두른다. 손목의 스냅 없이 아주 부드럽게. 톡.
이제 3분을 기다려야 한다. 초까지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시계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2시 3분 37초에 지팡이를 휘둘렀으니 6분 37초에 나머지 재료를 넣으면 된다. 가만히 서있길 1분 17초째. 이렇게 레시피만 따라서 만들 수 있다면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해도 되지 않을까. 마치 알아서 설거지를 하는 부엌처럼. 가만히 서있길 2분 29초째. 지팡이를 휘두르는 과정 때문에 안 되는 걸지도 몰라. 지팡이를 휘두르는 게 무엇을 위한 행동인지, 그리고 그 행동을 대체할 방법은 없는지 안다면 정말 기계가 맡아도 될 텐데. 가만히 서있길 2분 52초째. 잡생각은 그만할 때였다.
정확히 2시 6분 37초가 되자마자 리디아는 민달팽이와 고슴도치 바늘을 넣었다. 교수님께 들었듯 안의 재료끼리 부딪혀 튀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잠시 액체류가 하나도 안 들어갔는데 '물약'이 될까? 싶은 의문이 들었지만 머릿속 한 구석으로 치워두었다. 리디아는 지금 레시피를 따르는 기계였으니까.
이제 가장 간단한 단계만 남았다. 거대한 주걱을 시계방향으로 정확히 5번 돌린다. 마지막으로 지팡이를 한 번 휘두르면…. 레시피는 끝났다. 그러니 이 냄비 안에는 종기 치료제가 들어있어야 한다.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냄비를 들어, 유리 약병에 부었다. 액체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완성된 약은 '물약'이라고 부를 만한 상태였다. 대체 왜 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이해가 되면 어떻고 안 되면 어떠한가. 어찌 되었든 자신은 종기 치료제를 만들었다. 리디아는 그 사실이 몹시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바로 그리핀도르 사감실로 갈 뻔했다. 양피지도 적지 않고!

똑똑―.
리디아는 사감실 문을 두드렸다. 한 손에는 노트를 옮겨 적은 양피지와 한 손에는 완성된 종기 치료제를 든 상태였다. 약초학 과제를 제출할 때와는 다르게 리디아는 제법 자신 만만한 표정으로 교수님 앞에 섰다.
"과제 제출 건으로 찾아왔습니다, 교수님. 완벽하진 않지만 최선을 다한 과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노력한 만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리디아는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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