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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 11. 23. 18:52
작성자
AP.KENY

'방어만 잘한다고 해서 지킬 수 있는 것도 아니란다.'

알고 있었다. 언제나 갈등에 개입하는 만큼 잘 알고 있었다. 단단한 방어막을 만들어봤자 상대를 포박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던 갈등이 수두룩했다. 삶은 매 순간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동시에 누군가를 치유하는 법이었다.
누군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 하였다. 그렇다면 방어 역시 최선의 공격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본디 교수님께 선보일 마법은 프로테고였다. 단순하고 기본적이지만 공격이 될 정도로 단단한 방어막을 선보이고 싶었다.

'못난 어른들이 이런 세상을 남겨주고 가서 미안해.'

교수님의 마지막 말이 잊히지 않았다. 어른들이라고 완벽하지 않고 교수님들이라고 원해서 이런 세계를 남긴 것이 아닌데. 왜 사과를 하시는 거지.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허공으로 낙하하는 존재가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나는 헛숨을 삼키고 서랍을 뒤적였다. 마법을 봐줄 교수님이 허공으로 도망갔으니 과제 역시 허공을 향해야 했다. 허공으로 날리는 마법을 고르다 보니 지워지지 않는 어제의 기억이 혀끝에 매달렸다.

그렇게 나는 빗자루를 타고 호그와트 근처 언덕으로 왔다. 손에는 1학년부터 모아 온 어둠의 마법 방어술 족보를 가득 들고 있었다. 여기 라다 교수님이 적어둔 부분도 있었지. 이제는 내가 적은 부분이 더 많을 테다. 7년을 꼬박 정성 들여 적어낸 족보였으니까.
이제는 어른이 된 학생들이 남긴 족보를 또 다른 학생이 채워나가듯. 사람이 남긴 못난 세상도 사람이 채울 테지. 나는 하늘에 양피지를 던졌다. 바보 같이 다정하셨던 교수님들을 향한 주문을 외쳤다.

"Ventus!"

하늘로 날아가는 족보를 본다. 호그와트 어딘가에 다시 숨어들지 못할  정도로 멀리, 멀리 날린다. 교수님께 닿으려면 우주 너머까지 날려야 할 테니까.

"교수님의 가르침을 토대로 세계를 변화시킬 겁니다. 누구도 사과하지 않아도 되게 할 거예요. 감사했습니다, 라다 교수님."

팔랑이는 양피지 조각들이 하늘에 닿길. 나는 한참을 언덕에 서있었다.